숨밭은 제주 조천 중산간, 삼십 년 묵은 감귤밭 안에 있습니다. 버려져 있던 돌집 두 채를 삼 년에 걸쳐 고쳤고, 밭은 절반만 갈아 나머지는 숲이 하던 대로 두었습니다.
밭은 계절이 정하는 대로 돌아갑니다. 봄에는 잎채소, 여름엔 열매, 가을엔 뿌리를 거두고, 겨울엔 귤이 익습니다.
04/
부엌은 아침에만 엽니다. 그날 밭에서 온 것들로 짓는 조식 한 상이 전부입니다. 저녁엔 마당 화로를 빌려드립니다.
조식은 여덟 시와 아홉 시 반, 두 번 차립니다. 전날 밤 아홉 시까지 말씀해 주세요.
05/
숨밭의 절반은 곶자왈에 붙어 있습니다. 산책로 하나, 평상 두 개, 그리고 아무 일정 없음 — 여기서 할 일은 그게 전부입니다.
밤에는 불을 줄입니다. 마당에 누우면 별이 밭담 위까지 내려옵니다.
밭과 부엌과 숲은 따로 팔지 않습니다. 머무는 동안 전부 숨밭의 하루 안에 있습니다.



